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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짱's Pick] 웹소설 덕후가 본 지천명 아비무쌍

by baekjjang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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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아비무쌍은 기존 무협 장르의 틀을 완전히 비트는 작품이다. 무림의 살벌한 세계와 육아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절묘하게 결합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단순히 싸움 잘하는 주인공이 아닌, 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아이 셋을 키우는 아버지'라는 전례 없는 설정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무협 소설을 수십 편 읽어온 독자로서, 이 작품은 그 어떤 것보다 인간적인 감동을 전해주었다.

무협소설의 새로운 해석, '아버지' 노가장

기존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절대 고수, 복수귀, 혹은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이다. 그러나 지천명 아비무쌍의 노가장은 그 어떤 영웅보다 현실적이고 따뜻하다. 그는 무림의 고수가 맞지만, 동시에 세쌍둥이의 ‘아버지’라는 숙명을 짊어진 가장이다. 이중적인 정체성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 이입을 가능케 한다. 어느 날은 적의 칼날을 피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또 다른 날은 아이들이 설사한다고 기저귀를 갈고 있다. 이 부조화 같아 보이는 설정이 오히려 작품의 매력이다. 노가장의 행동은 늘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천룡회 갑급 무사로 들어간 것도 생계 때문이며, 위험한 임무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결국 가족을 위한 선택이다. 이런 모습은 현실의 아버지들과 맞닿아 있다. 독자로서도 ‘이건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무림 세계를 배경으로 하되, 전형적인 복수극이나 권력다툼 대신, 가족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있는 점은 이 작품만의 독보적인 시도다. 노가장은 싸움도 잘하지만, 결국 ‘아버지로서 강한 사람’이라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협과 육아, 이질적 요소의 완벽한 융합

지천명 아비무쌍의 진짜 미덕은 무협이라는 장르와 육아라는 현실적 소재를 절묘하게 엮어냈다는 점이다. 보통 무협 소설은 피 튀기는 전투와 강호의 음모가 주가 되는데, 이 작품은 그 안에 ‘기저귀’와 ‘젖병’이 등장한다. 이러한 융합은 단순한 유머 요소가 아니다. 아이 셋을 동시에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것을 ‘무사’라는 직업적 위기와 병치시키는 방식이 매우 창의적이다. 예를 들어, 노가장이 한 손엔 칼, 한 손엔 이유식 그릇을 들고 전투 준비를 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그 안에 진한 현실감과 책임감이 녹아 있다. 특히 세쌍둥이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감동적이다. 작중 “하늘의 뜻을 아니, 그 누가 아비에 견주리오!”라는 대사는 단순한 멋진 문장이 아니라,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은 작가 노경찬의 필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 않고, 감동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균형이 돋보인다.

입체적인 서사와 감정선, 그리고 독자 공감

지천명 아비무쌍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캐릭터 중심 소설이 아닌, 감정선이 살아 있는 서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노가장의 내면 묘사는 매우 섬세하다. 스승의 실종, 연인의 죽음,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며 겪는 심리적 고통과 갈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는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억눌림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입체적이다. 동료 무사, 적대 세력, 아이들을 돌보는 이웃들까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서사에 기여하는 존재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감정은 ‘공감’이다. 나는 무림인이 아니고, 아이 셋을 키우지도 않지만, 그가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가족을 택하는 순간들에서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또한 서사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는 긴장감을 풀어주는 완급조절 장치로 탁월하다. 너무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주며, 독자들이 가볍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론

지천명 아비무쌍은 단순한 무협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과 환상이 맞닿은, 매우 인간적인 이야기다. 아버지의 책임과 사랑, 가족의 의미를 무협 세계 속에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웹소설 덕후인 나조차 새롭게 느끼게 만든 수작이다. 무협 소설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의 힘’을 다시금 느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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